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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AN-KOREA

문화예술-산업동향

서울 아트 위크 2025

본 분석은 ArtAsiaPacific의 미셸 찬(Michele Chan)의 리포트를 기반으로 하되, 아트 바젤 & UBS 미술시장 보고서, 아시아개발은행(ADB) 연구자료, 그리고 학술 저널 논문 등 추가 자료를 종합해 작성되었습니다.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4회차 에디션은 아시아 미술시장의 역학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역내 문화정책 수립자들에게 중요한 함의를 제공합니다. 이 변화는 시장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불가능한 글로벌 확장이 아닌 진정성 있는 지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할 때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숫자가 말해주는 ‘지역화’의 흐름

데이터는 서울의 변화를 분명히 보여줍니다.아시아 갤러리 비중은 첫 해 35% 수준에서 출발해 2024년 48%로 증가했고, 올해에는 64%까지 상승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서구 갤러리들이 불참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Michael Werner, Karma, Sadie Coles와 같은 일부 유력 국제 갤러리가 전략적으로 복귀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한 반면, 도쿄의 Ota Fine Arts, 홍콩의 10 Chancery Lane·de Sarthe, 베이징·상하이의 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 욕야카르타의 kohesi Initiatives 등 아시아 전역의 갤러리들이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확대했습니다.


시장은 ‘지역 중심 전략’에 응답했다

이 같은 지역 중심 전략은 실질적인 거래 성과로 이어졌습니다.마크 브래드퍼드(Mark Bradford)의 3폭 연작 〈Okay, then I apologize〉450만 달러에 거래되며 프리즈 서울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조지 콘도(George Condo)의 작품은 각각 120만 달러, 180만 달러에 판매되었으며, 2020년 77만 달러에 거래되었던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의 작품은 이번에 150만 달러로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한국의 근현대 거장 김환기의 1962년 작 〈구름과 달〉 역시 140만 달러를 기록하며 백만 달러 이상에 거래되었습니다.


Okay, then I apologise (2025), a triptych by Mark Bradford, sold for US$4.5 million.
Okay, then I apologise (2025), a triptych by Mark Bradford, sold for US$4.5 million.

그러나 개별 작품의 판매 성과보다 더 의미 있는 지점은 갤러리 규모에 따른 성과 차이였습니다. 서울에 이미 거점을 둔 메가 갤러리들은 호조를 보인 반면, 규모가 작은 해외 갤러리들은 다소 엇갈린 결과를 보였습니다. 상하이의 린시드 갤러리(Linseed Gallery)는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국 작가 량푸(Liang Fu)의 작품 대부분을 판매했으며, 홍콩의 키앙 말링(Kiang Malingue) 역시 대만 작가 쳉첸잉(Tseng Chien Ying)을 중심으로 구성한 부스가 거의 완판에 가까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반면 인도네시아의 Kohesi Initiatives는 판매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고, 타이베이의 PTT Space는 행사 3일 차까지도 거래 성사가 없었다고 보고했습니다.


학술 연구가 확인하는 ‘지역화’ 흐름

이러한 관찰은 아시아 미술시장을 다룬 폭넓은 학술 연구 결과와도 일치합니다. 최신 Art Basel & UBS Art Market Report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미술 시장 규모는 12% 감소하여 575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거래 건수는 오히려 3% 증가했습니다. 이는 시장이 보다 접근 가능한 가격대로 민주화(democratization)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딜러 구매자의 44%가 신규 고객이었으며, 첫 구매자 비율은 38%에 달했습니다.


2025년 3월 발표된 포괄적 서지 분석 연구는 1997년부터 2023년까지 발표된 아시아 미술 관련 논문 676편을 분석했으며, 중국과학원, 싱가포르국립대(NUS), 그리피스대학교, 난양공과대학교(NTU)를 주요 연구 허브로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학술 인프라는 현재 서울에서 확인되고 있는 미술시장 변화와 실천적 전개를 떠받치는 지적 기반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민대학교와 칭화대학교의 문화경제학자 연구에 따르면, 금융·영화·미디어·테크 산업에서 활동하는 밀레니얼 및 Z세대 컬렉터가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은 동시대 미술뿐 아니라 역사적 유산에 대한 관심도 함께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당수는 해외 교육을 받은 뒤 귀국해, 국내외 시장 참여자들과 협력하면서 재단 설립, 기관 컬렉션 구축 등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구의 인정에서 ‘지역 네트워크’로의 전환

서울의 사례는 성숙한 지역 미술 생태계가 서구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도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국가 간 기관 협력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앤서니 곰리(Antony Gormley)의 전시는 서울의 로팍(Ropac)과 화이트 큐브(White Cube), 그리고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뮤지엄 산(Museum SAN)을 아우르며 진행되었고, 이불(Lee Bul)의 국립급 회고전이 리움미술관에서 개최된 시기와 맞물려 프리즈 서울에서도 작품이 소개되었으며, 해당 작품 두 점 모두 아시아 재단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근현대 거장들은 중·고가대 시장을 안정적으로 지탱했습니다. 국제갤러리, 갤러리 현대, PKM 갤러리, 티나 킴 갤러리, 파리의 Mennour 등은 이우환, 박서보, 하종현, 윤형근, 정상화, 김창열 작품 거래 성과를 보고했습니다. 특히 김창열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서울)에서 개최되며 제도적 신뢰를 확보했고, 이는 곧바로 시장 활동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문화정책에 대한 전략적 시사점

서울의 데이터는 지역 문화정책 수립자들에게 몇 가지 전략적 방향을 제시합니다.첫째, 주요 시장 간 시기 조율이 경쟁이 아닌 상호 보완적 구조를 만듭니다. 서울이 9월에 자리 잡음으로써 3월 홍콩 아트 바젤 이후 자연스러운 연속성을 형성하며 연중 지속적인 지역 순환 구조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둘째, 컬렉터 육성 정책은 실제 성과로 이어집니다. 서구 컬렉터의 비중이 줄었음에도 한국 컬렉터의 견고한 참여가 시장을 지탱했습니다. Arts Economics가 아시아 14개 시장 고자산가 3,6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1%가 2024년 미술시장 전망에 낙관적이라고 답했으며 이는 2023년 77%에서 상승한 수치입니다.

셋째, 국경을 넘어서는 기관 협력 프레임워크는 개별 시장 효과를 배가시킵니다. 미술관 파트너십, 아티스트 레지던시 네트워크, 공동 컬렉션 구축 프로그램은 이미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역내 활동을 제도적으로 공고히 할 수 있습니다.


더 넓은 경제적 맥락 속의 서울

서울의 경험은 전반적인 시장 수축 상황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한국 미술시장은 2022년 약 5억 7,300만 달러에서 현재 약 3억 5,000만 달러 수준으로 약 30% 감소했습니다. 지난 4년간 약 100개의 소형 갤러리가 폐업했고, Peres Projects, König Galerie, Various Small Fires 등 국제 갤러리들도 2025년 서울 지점을 철수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문화 인프라와 정부 지원은 예술적 동력을 유지시켰습니다. 서울은 수준 높은 기관 전시, 도시 차원의 문화 프로그램,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여전히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현대미술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SONGEUN에서 소개된 ikkibawiKrrrAfroAsia Collective와 같은 리서치 기반·사회참여형 예술 그룹의 등장은 풀뿌리 차원의 혁신이 여전히 활발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앞으로의 방향: 글로벌 경쟁보다 지역 통합

미셸 찬은 분석에서, 시장 담론이 글로벌 경쟁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 지역 협력 속에서 예술·인재·비평 담론을 우선순위에 두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녀가 ‘포스트 하이프(old normal 이후)’라고 부르는 현재의 시장 환경에서 성공의 열쇠는 기존 게이트키퍼와 안전한 선택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등장하는 예술 실천과 진정성 있는 교류에 대한 적극적 참여입니다.

서울의 사례는 서구 의존 모델보다 지역적 통합이 더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임을 입증합니다. 도쿄–서울–홍콩–상하이를 축으로, 동남아의 참여가 점차 확대되는 역내 미술 순환 네트워크는 문화정책이 글로벌 확장 경쟁이 아니라 지역 네트워크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함을 시사합니다.


아세안·APEC 문화정책에의 적용 가능성

서울은 정부의 문화 인프라 투자, 전략적 페어 포지셔닝, 제도 간 협력이 결합될 때, 시장 수축기에도 예술 생태계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서울이 달성한 64% 아시아 갤러리 비율은, 각국이 자국의 문화·경제 맥락에 맞추어 응용할 수 있는 지역 통합의 벤치마크를 제시합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갤러리 교류 프로그램 제도화, 페어 일정 조율을 통한 지역 순환 극대화, 신흥 시장 간 경쟁이 아닌 상호 보완적 포지셔닝 구축, 그리고 소규모 시장을 지원하는 역량 강화 프로그램 마련입니다. 서울의 경험은 서구 모델을 모방하려는 시도보다, 적절한 정책적 지원 아래 진정성 있는 지역 문화 네트워크 구축이 창의경제 발전의 더 안정적인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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