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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AN-KOREA

문화예술-산업동향

문화적 친화성과 스크린 투어리즘 –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의 사례(2021)

  • 1월 6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8월 6일



세계관광기구(UNWTO)와 넷플릭스(Netflix)가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는 스트리밍 영화와 드라마가 기존의 스크린 투어리즘을 넘어 더 깊은 문화적 유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연구진은 디지털 콘텐츠 유통이 '문화적 친화성'이라는 현상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 조사를 진행했다.


보고서는 문화적 친밀성을 이렇게 시청자가 콘텐츠에 담긴 문화에 갖게 되는 정서적 애착과 호감으로 정의한다. 기존의 스크린 투어리즘과 달리,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문화적 친성은 실제로 소개된 지역을 방문하든 그렇지 않든 오래 이어진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유대은 문화상품 구매와 언어 학습에 대한 관심, 나아가 해당 국가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넷플릭스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캐나다,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페인, 터키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 반응을 조사하기 위해 여러 국가에서 대규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각 시장에서 약 2,250명 이상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해외 콘텐츠를 시청한 넷플릭스 이용자와 그렇지 않은 대조군을 비교했으며, 콘텐츠의 영향만 따로 확인하기 위해 연령과 소득 같은 변수는 통제했다.


여행과 관련한 결과는 뚜렷했다. 일본 콘텐츠를 본 독일 넷플릭스 이용자는 일본을 가장 가고 싶은 나라로 꼽을 가능성이 비시청자의 두 배였다. 캐나다 콘텐츠 시청자도 캐나다를 우선 여행지로 꼽을 가능성이 2.1배 높았다. 스페인 콘텐츠 시청자는 93%가 스페인 방문에 관심을 보여, 비시청자(86%)보다 높았다. 이는 콘텐츠 소비와 여행지 선호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적 영향은 여행에 대한 관심을 넘어 생활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넷플릭스 이용자의 68%는 '퀴어 아이: 위아 인 재팬(Queer Eye: We're in Japan)'을 본 뒤 일본 패션에 관심이 생겼다고 답했다. 스페인 자연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 다섯 중 세 명은 스페인의 야생동물과 자연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됐다.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시청자의 78%가 캐나다 음식 문화에 관심을 보였고, 62%는 튀르키예 요리를 먹어 보고 싶다고 답했다.


언어 학습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해외 콘텐츠를 본 시청자는 해당 언어를 배우고 싶다고 답할 가능성이 여섯 배 높았다. 이미 그 언어를 아는 사람들은 콘텐츠 시청을 실력을 늘리는 주요 방법으로 삼았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의도치 않게 언어 학습 도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문화적 친밀성을 높이는 조건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콘텐츠가 다양해야 여러 관객층에 닿고 정형화된 묘사도 피할 수 있다. 둘째, 자막과 더빙, 화면해설 같은 기능이 있어야 전 세계 관객과 장애가 있는 시청자도 함께 볼 수 있다. 셋째, 제작 완성도가 높아야 관객이 깊이 몰입하고 문화적 애착도 생긴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유통망은 기존 경로로는 해외에 알려지기 어려웠던 콘텐츠를 실어 나른다. 설문에서 응답자의 47%는 추천 알고리즘이 없었다면 특정 해외 콘텐츠를 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발견 경로는 규모가 작은 시장의 작품이나 그동안 조명받지 못한 이야기에 특히 중요하다.


경제적 효과는 오락과 관광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지 영화 산업도 해외 투자와 제작 기회가 늘면서 혜택을 본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영상 제작사는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28% 늘었고, 이 분야 고용도 7% 증가했다. 인도와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성장세가 나타났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가 코로나19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도 중요하다. 여행이 어려워지자 사람들은 주로 디지털 콘텐츠로 다른 문화를 접했고, 그만큼 문화적 친화성도 빠르게 형성됐을 수 있다. 보고서는 이런 관심이 국제 협력이 필요한 팬데믹 이후 회복 과정에서 큰 자산이 된다고 본다.


실제 사례도 여럿이다. '종이의 집(Money Heist)'은 스페인어 작품인데도 인도 Top 10에 170일이나 머물렀다. 인도 어린이 시리즈 '마이티 리틀 빔(Mighty Little Bheem)'은 미국에서 넷플릭스가 공개한 해외 작품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좋은 콘텐츠는 제대로 유통되기만 하면 언어와 문화의 벽을 넘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이번 연구의 한계도 인정한다. 문화적 친밀성의 경제적 효과를 더 깊이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설문으로 콘텐츠 시청과 문화적 관심의 관계는 확인했지만, 실제 행동이나 소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장기 연구로 봐야 한다. 저자들은 이런 기회를 살리려면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관광청, 문화 기관이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정책 담당자에게 주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관광과 문화, 경제개발 기관이 전략을 함께 짜면 영상 콘텐츠의 효과를 더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 제작 역량에 투자하고, 콘텐츠의 진정성을 지키며, 문화 보존과 경제 성장에 관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사업을 연계할 것을 권한다.


보고서는 결국 스트리밍 플랫폼이 단순한 오락 콘텐츠 유통 창구를 넘어선다고 본다. 국제적 이해를 넓히고 창의경제를 뒷받침하며, 여러 나라가 공동 과제를 마주한 시대에 점점 중요해지는 문화 간 교류를 이끄는 문화 외교의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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