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친밀성과 스크린 투어리즘 –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의 사례(2021)
최종 수정일: 8월 21일
세계관광기구(UNWTO)와 넷플릭스(Netflix)가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는 스트리밍 영화와 드라마가 기존의 스크린 투어리즘을 넘어 더 깊은 문화적 유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보고서는 문화적 친화성을 시청자가 콘텐츠에 담긴 문화에 느끼는 정서적 유대와 호감으로 정의한다. 기존의 스크린 투어리즘이 촬영지를 찾는 일회성 여행에 가깝다면, 문화적 친화성은 실제 방문 여부와 관계없이 오래 이어지는 관계를 만든다. 연구는 이러한 유대가 문화 상품 구매와 언어 학습에 대한 관심, 해당 국가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과 연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넷플릭스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캐나다와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페인, 튀르키예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 반응을 살펴보는 대규모 조사를 의뢰했다. 각 시장에서 2,25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해외 콘텐츠를 시청한 넷플릭스 이용자와 그렇지 않은 대조군을 비교했으며, 콘텐츠의 영향만 따로 확인하기 위해 연령과 소득 같은 변수는 통제했다.
조사 결과 콘텐츠 소비와 여행지 선호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일본 콘텐츠를 본 독일 넷플릭스 이용자는 비시청자보다 일본을 최우선 여행지로 꼽을 가능성이 두 배 높았다. 캐나다 콘텐츠를 본 세계 시청자는 캐나다를 우선 여행지로 꼽을 가능성이 2.1배 높았다. 스페인 콘텐츠 시청자 가운데 스페인 방문에 관심을 보인 비율은 93%로, 비시청자 86%보다 높았다.
영향은 여행에만 그치지 않고 생활 전반으로 번졌다. '퀴어 아이: 위아 인 재팬'을 본 넷플릭스 이용자의 68%가 일본 패션에 더 큰 관심을 보였고, 스페인 자연 콘텐츠 시청자 5명 중 3명은 스페인의 야생동물과 자연환경에 구체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 음식 문화에 관심을 보인 비율은 캐나다 콘텐츠 시청자 78%, 튀르키예 콘텐츠 시청자 62%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결과는 '언어 학습'에 미친 영향이다. 해외 콘텐츠에 노출된 시청자는 작품에 등장한 언어를 배우는 데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6배 높았다. 이미 해당 언어에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그 언어로 된 콘텐츠를 보는 일이 실력 향상의 주요 수단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트리밍 플랫폼이 의도하지 않게 비공식 언어 교육 도구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문화적 친화성을 높이는 세 가지 핵심 요인을 제시한다. 첫째, 콘텐츠의 다양성은 여러 관객층의 관심을 끌고 고정관념을 피하게 한다. 둘째, 자막과 더빙, 화면 해설 같은 접근성 기능은 언어와 장애의 장벽을 낮춘다. 셋째, 제작 완성도는 관객이 충분히 몰입해 문화적 연결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준다.
응답자의 47%는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이 없었다면 특정 해외 콘텐츠를 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발견 기능은 규모가 작은 시장의 콘텐츠나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이야기가 관객과 만나는 데 특히 중요하다.
이러한 파급력은 경제적 승수 효과로 이어진다. 유럽의 영상 제작사 수는 2011~2015년 28% 늘었고, 고용은 7% 증가했다. 인도와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성장 양상이 나타나, 스트리밍 플랫폼이 엔터테인먼트와 관광을 넘어 지역 제작 산업에도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가 코로나19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도 중요하다. 여행길이 막히자 사람들은 주로 디지털 콘텐츠로 다른 문화를 만났고, 그만큼 문화적 친화성이 빠르게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이 관심이 국제 협력이 필요한 팬데믹 이후의 회복 과정에서 중요한 자산이 된다고 본다.
스페인어 작품인 '종이의 집'은 인도 넷플릭스 Top 10에 170일간 올랐고, 인도 어린이 애니메이션 '마이티 리틀 빔'은 미국에서 넷플릭스의 대표적인 해외 공개작으로 자리 잡았다. 두 사례는 적절한 유통망을 확보한 콘텐츠가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연구의 한계도 인정한다. 문화적 친화성이 낳는 경제적 효과를 더 깊이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문으로 콘텐츠 시청과 문화적 관심의 관계는 확인했지만, 실제 행동과 소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 저자들은 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려면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관광청, 문화 기관이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스트리밍 플랫폼이 단순한 유통 창구를 넘어 국가 간 이해를 증진하고 창의경제를 견인하는 '현대적 문화 외교(Cultural Diplomacy)의 핵심 도구'라고 강조한다. 정부 정책 당국자들에게 관광, 문화, 경제 개발 부처가 유기적으로 연대하여 현지 제작 역량을 강화하고 콘텐츠의 진정성을 확보함으로써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계된 동반 성장을 도모할 것을 권고한다.
보고서는 스트리밍 플랫폼을 단순한 오락 콘텐츠 유통망 이상으로 평가한다. 국제적 이해를 넓히고 창의경제를 뒷받침하며, 여러 나라가 공동 과제에 직면한 시대에 문화 간 교류를 이끄는 문화외교 수단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