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CCA: 태국 초대형 창조산업 전담기구의 탄생과 아세안에 던지는 파급력
최종 수정일: 8월 21일
태국창의문화진흥원 (THACCA, สำนักงานส่งเสริมวัฒนธรรมสร้างสรรค์) THACCA란: 태국 총리 직속으로 소프트파워·창의산업 전략을 이끌 예정인 '슈퍼 에이전시'. 관할 분야는 음식, 스포츠, 축제, 관광, 음악, 도서, 영화, 게임, 미술, 디자인, 패션까지 11개 부문이다. 참고 모델: 한국 KOCCA, 대만 TAICCA, 프랑스 CNC 현황(2026년 6월 기준): 2024년 초부터 전략혁신실(Strategic Transformation Office) 산하에서 비공식으로 운영 중이다. 아직 법인격을 갖추지 못했으며, 설립법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핵심 목표: '한 가족, 한 소프트파워(One Family, One Soft Power, OFOS)'를 통해 태국인 2,000만 명의 역량을 키운다. 일자리 2,000만 개, 연간 소득 1조 바트가 목표다. |
태국에서 푸어타이당(Pheu Thai) 주도 정부가 2023년 9월 출범하자 첫 국무회의에서 국가소프트파워전략위원회(National Soft Power Strategy Committee)를 설치했다. 창의경제가 태국의 경제 구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조치였다. 합계출산율이 약 1.0명으로 낮아지고 기존 산업만으로 충분한 성장을 만들기 어려워지자, 정책 당국은 소프트파워를 경제 구조 전환의 동력으로 제시했다. THACCA는 문화부와 상무부, 관광청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 흩어진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제도적 해법으로 구상됐다.

태국이 그리는 창의경제 청사진
THACCA 설계진은 한국의 KOCCA(한국콘텐츠진흥원)와 대만의 TAICCA(대만창의콘텐츠진흥원), 프랑스의 CNC(국립영화영상센터)를 참고 모델로 꼽았다. 그러나 정책 수단은 태국 현실에 맞게 새로 엮었다. 영화 등록과 허가, 인센티브를 한곳에서 처리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마련하고, 프로젝트에도 직접 자금을 댄다. 2024~25년에는 태국 영화와 시리즈,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30~40편에 약 670만 달러를 투입했다. 해외 제작 로케이션 인센티브는 20%에서 30%로 높였으며, 낡은 영화법 개정과 새 국제영화제 창설도 추진한다.
THACCA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범위다. 참고 모델로 삼은 기관 가운데 11개 산업을 이처럼 폭넓게 다루는 곳은 없다. THACCA는 콘텐츠 장르뿐 아니라 음식과 스포츠, 축제, 관광까지 관할한다. 이는 단순히 다른 기관의 모델을 확대한 결과가 아니라 음식과 관광 경험이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태국 문화경제의 실제 구조를 반영한다. 콘텐츠 IP와 관광 중심의 문화 진흥을 한 기관에서 함께 다루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성과를 낸다면 외국 모델보다 동남아시아의 조건에 맞는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청사진과 현실 사이
기구 설립은 정책 구상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기존 창조경제진흥원(CEA)을 정식 THACCA로 전환하기 위해 국무위원회(Office of the Council of State)가 마련한 설립 법안은 당초 2024년 말까지 의회를 통과할 예정이었다. 이후 목표 시점은 2026년 1분기 기구 출범으로 미뤄졌다. 2026년 중반 현재 THACCA는 전략전환실(Strategic Transformation Office) 산하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웹사이트와 브랜드, 사업, 인력은 갖췄지만 독립된 법인격과 자체 예산 항목은 아직 없다.
정치 변화가 가장 큰 제약으로 작용했다. 소프트파워전략위원회는 총리가 바뀔 때마다 해산과 재구성을 반복했다. 2024년 8월 세타 타위신 총리가 물러나면서 위원회가 해산됐고, 같은 해 10월 패통탄 친나왓 정부에서 다시 구성됐다. 2025년 패통탄 총리가 물러난 뒤 또 해산되면서 현 정부는 승인된 예산과 미완성 상태의 기구를 넘겨받았다. 2026 회계연도 소프트파워 전략계획에 약 39억 바트가 배정됐지만, 예산은 THACCA가 아니라 개별 부처를 통해 집행되고 있다.
수치로 본 정책 성과
2025년 말 하원과 상원의 예산 검증이 강화됐다. 개별 부처 사업까지 포함하면 2024~2025년 소프트파워 관련 총지출은 80억 바트에 육박해 위원회 공식 집행액인 6억 3,500만 바트를 크게 웃돈다. 국민 2,000만 명의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 OFOS 사업은 9억 바트 이상을 배정받았지만 첫 2년간 수료자는 약 2만 명이었다. 의회 감독기구는 조달 절차를 조사하고 이 지출이 측정 가능한 소프트파워 성과나 국민소득 증가로 이어졌는지 살피고 있다.
아세안 창의경제 거버넌스의 제도화
필리핀은 2022년 창조산업개발법을 제정해 장관급 위원회를 설립했고, 위성계정을 통해 2025년 2조 1,200억 페소 규모의 산업을 집계하고 있다. 또 2030년까지 아세안 창의경제를 선도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인도네시아는 2024년 말 창의경제 전담 조직을 독립 부처로 승격했다. 태국은 위원회나 부처가 아닌 강한 집행력을 갖춘 공공기관이라는 세 번째 방식을 택했다.
이 세 가지 접근 방식은 "정치적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실질적인 자금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공통의 질문에 대한 서로 다른 해법이다. 관광 의존도가 높은 아세안 국가들에게, 관광 기반의 방문객 경제를 지식재산권(IP) 생산 중심 경제로 전환하려는 태국의 이 통합형 실험은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역내 전체에 중요한 이정표와 교훈을 제공할 것이다.
한국의 경험이 THACCA에 주는 3가지 교훈
태국의 설계자들이 한국의 KOCCA를 주요 참고 모델로 꼽은 만큼, 한국의 경험에서 실제로 이전할 수 있는 요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핵심은 기구의 형태 자체가 아니라 다음 세 가지다.
1. 조직에 앞서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의 콘텐츠 진흥 체계가 여러 차례의 정권 교체에도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1999년 제정된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토대로 했기 때문이다. 법률은 관련 기관에 법인격과 독자적인 예산 항목, 새 정부가 쉽게 중단할 수 없는 권한을 부여했다. 반면 총리령으로 만든 태국 위원회가 2년 동안 두 차례 해산된 사례는 법적 근거가 약한 행정기구가 정치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2. 단기 성과보다 '장기 인내 자본'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콘텐츠 펀드는 한류가 가시적인 수출 성과를 내기 전부터 10년 넘게 여러 정부에 걸쳐 운영됐다. 연례 행사 예산이 아니라 장기 펀드 형태로 자금을 운용해 단기 축제보다 IP 개발에 투자할 수 있었다. 축제와 행사 지출 비중이 큰 태국이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3. 최고 권력과의 거리는 장점과 위험을 함께 안고 있다. 총리가 주재하는 THACCA의 하향식 방식은 추진력을 높일 수 있지만, 권력과 지나치게 가까우면 정치적 개입의 위험도 커진다. 2010년대 중반 한국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문화 진흥 기구가 권력에 종속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보여줬다.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팔길이 원칙(arm's-length principle)'의 거버넌스는 기구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지속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산업 육성의 순서(Sequencing)도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콘텐츠 IP 수출이 먼저 성장하고 인바운드 관광이 뒤따랐다. 태국은 대규모 관광 기반에서 출발해 IP를 키우는 반대 방향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의 사례는 이 방식이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라, 관광 수입이 다음 행사에 다시 쓰이는 데 그치지 않고 IP 창출 역량에 재투자되는지가 관건임을 보여준다.
앞으로 지켜볼 다섯 가지
향후 1년간 지켜볼 지표는 다섯 가지다. THACCA에 독자적 법인격과 예산을 부여할 설립 법안의 의회 통과 여부, 현 정부가 총리 주재 구조를 유지할지 독립적인 거버넌스로 전환할지, 상원 예산 심사 결과, 30% 로케이션 인센티브와 영화법 개정이 예정대로 진행되는지다. 여기에 필리핀의 2026년 아세안 의장국 활동이 각국의 실험을 공동의 역내 의제로 연결할지도 살펴봐야 한다.
주요 참고 문헌
National Soft Power Strategy Committee establishment (PM Office Order 230/2023) and reconstitution records
Bangkok Post and Nation Thailand reporting on the Creative Culture Promotion Act and THACCA launch timeline (2023–2025)
Thai Enquirer and Senate Budget Oversight Committee figures on soft-power spending and OFOS outcomes (Sept. 2025)
Deadline, TCCF coverage of THACCA's content-industry toolkit (Nov. 2024)
Republic Act No. 11904 (Philippines, 2022); PSA Creative Economy Satellite Accounts (2026); Indonesia Ministry of Creative Economy establishment (2024)
Framework Act on the Promotion of Cultural Industries (Korea, 1999); THACCA official site (thacca.go.th); ISEAS Perspective 2025/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