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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AN-KOREA

문화예술-산업동향

HORI7ON과 P-Pop의 순간: K-Pop 시스템이 동남아시아로 향할 때

6월 8일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8월 21일

사진 설명: 호라이즌(HORI7ON)이 애절한 러브송 'Cold'를 선보이는 무대.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사랑의 감정을 담아낸 공연으로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2025년 5월 4일 방영.

아이돌 그룹의 건축학


호라이즌(HORI7ON)은 2023년 한국 연예기획사 MLD엔터테인먼트와 필리핀 방송사 ABS-CBN, 공연 기획사 KAMP 글로벌이 공동 제작한 서바이벌 오디션 '드림 메이커(Dream Maker)'를 통해 결성됐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인 멘토와 제작 기준, 한국 데뷔 경로를 도입하는 등 동아시아 대중문화에서 영향력 있는 포맷 가운데 하나인 '프로듀스 101' 프랜차이즈를 긴밀하게 참고했다.


빈치, 킴, 카일러, 레이스터, 윈스턴, 제로미, 마커스 등 일곱 멤버는 모두 필리핀인이다. 경연이 끝난 뒤 서울에서 보컬과 춤, 미디어 대응, 단체 생활 등 K-팝 아이돌 시스템에 따른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다. 2023년 7월 서울에서 앨범 'Friend-SHIP'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코리아헤럴드와 코리아타임스 등 한국 언론은 이들을 한국에서 공식 데뷔한 최초의 전원 필리핀인 보이그룹으로 소개했다.


이형진 MLD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호라이즌을 "K-팝과 P-팝(필리핀 팝)의 협업"이라고 설명했다. 제작 시스템은 한국식이지만 문화적 색채는 뚜렷하게 필리핀적인 혼합형 모델이라는 의미다. 이 대표는 '필리핀 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음악의 색채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며 "K-팝과 P-팝이 결합된 호라이즌은 분명 자신들만의 색깔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 방식은 어떻게 이전되는가


호라이즌은 완성된 콘텐츠의 판권을 도입한 사례가 아니라 제작 방법론을 받아들인 창의산업 이전의 한 형태다. 한국의 아이돌 시스템은 인재 발굴과 데뷔 전 훈련, 데뷔 관리, 멤버십과 실물 앨범을 활용한 팬 소통을 하나로 연결한 수직계열화 방식이다.


호라이즌 사례는 이러한 제작 체계를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재 발굴은 필리핀에서, 훈련은 서울에서, 데뷔는 한국에서 이뤄졌다. '앵커스(Anchors)'로 불리는 팬층은 두 시장에 걸쳐 형성됐다. 동남아시아 아티스트가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의 제작 시스템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한국 콘텐츠가 해외로 향하는 전통적인 한류의 일방향 흐름과는 다른 양상이다.


'수마야우 수모노드(Sumayaw Sumunod)'의 의미


마닐라에서 열린 'ROUND 2026 페스티벌'에서 '수마야우 수모노드'를 부른 무대는 문화적 재전유(reclamation)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곡은 보이프렌즈(Boyfriends)가 1978년 발표한 히트곡으로 한류 이전부터 필리핀 대중음악의 한 부분을 이뤘다. 호라이즌은 2024년 8월 타갈로그어와 한국어 가사를 섞은 버전과 타갈로그어 버전을 발표했다. 필리핀의 아세안 의장국 임기 중 아라네타 무대에서 이 곡을 선보인 것은 한류 이전의 필리핀 음악을 K-팝 제작 방식으로 다시 현재에 연결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는 일반적인 K-팝 현지화의 방향을 뒤집은 전략이다. 통상 K-팝 현지화가 한국 그룹이 진출국의 특성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라면, 호라이즌에게 현지 시장은 자신들의 모국이었다. 이들이 선보인 OPM(Original Pilipino Music) 리메이크는 외부 시장 진출이라기보다 자국 문화로의 귀환에 가깝다. K-팝의 제작 방식을 자국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는 데 활용한 사례다.


정책적 함의


창의경제의 관점에서 호라이즌 사례는 현재의 정책 체계가 이제 막 다루기 시작한 몇 가지 질문을 제기한다.


1. 가치 포착과 지식재산권(IP)

K-팝 훈련은 한국 기획사가 국제 지식재산권(IP) 수익으로 비용을 회수하리라 기대하고 집행하는 투자다. 인재는 필리핀 출신이지만 훈련과 관리는 한국 기업이 맡을 때 경제적 가치는 어디에 축적되는가.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45'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국경을 넘는 인재의 IP 보호는 중요한 경제적 과제로 남는다(Naguna, 2026).


2. 노하우 이전

'드림 메이커'는 아이돌 제작 과정을 공개적으로 기록한 사례를 제공했다. 이 지식이 필리핀 국내 산업에 도움이 될지는 필리핀 창조산업진흥위원회(PCIDC)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필리핀은 '창조산업개발법(RA 11904)'에 따라 2030년까지 자국을 주요 창의산업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The Manila Times, 2026).


3. 아세안(ASEAN) 주요 의제로 부상

필리핀이 2026년 아세안 의장국 사업으로 제안한 '아세안 창의산업 진흥센터(ACE-CI)'는 오렌지 경제와 디지털 경제의 조화를 목표로 한다. 필리핀 문화센터(CCP) 단지에 들어설 예정인 이 센터는 호라이즌처럼 국경을 넘는 협력이 개인의 경력과 상업적 혼종성에서 구현된 사례를 연구하는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The Manila Times, 2026).


K-팝도, P-도 아닌

"다른 아티스트와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멤버 빈치는 데뷔 초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두 문화산업이 만나는 지점에 선 호라이즌은 지역적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K-팝의 제작 방식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동남아시아 아티스트가 동남아시아 관객을 위해 이 방식을 받아들일 때 새로운 혼합형 음악과 사업 모델이 나타날 수 있으며, 그 경제적·문화적 의미는 아직 형성되는 단계다.

참고 문헌

ASEAN-BAC. (2025). The Philippines' 2026 ASEAN Chairmanship. https://asean-bac.org/news

Billboard Philippines. (2024, August 13). HORI7ON release new single "Sumayaw Sumunod." https://billboardphilippines.com/music/news/hori7on-sumayaw-sumunod-release-2024/


Naguna, J. L. (2026, January 13). Why the $2 trillion global creative economy is ASEAN's new center of gravity. Philippine Information Agency. https://pia.gov.ph/features/2026/01/13/creative-economy-asean


The Manila Times. (2026, April 12). The Cultural Center of the Philippines as ASEAN's creative hub. https://www.manilatimes.net/2026/04/12/sunday-times/arts-awake/creative-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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