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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AN-KOREA

문화예술-산업동향

HORI7ON과 P-Pop의 순간: K-Pop 시스템이 동남아시아로 향할 때

  • 6월 8일
  • 3분 분량
방영일: 2025년 5월 4일 — HORI7ON이 애절한 러브송 「Cold」의 감동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돌아왔다.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사랑의 감정을 담아낸 공연으로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아이돌 그룹의 구조


HORI7ON(모두 대문자로 표기, "호라이즌"으로 발음)은 2023년 한국의 연예기획사 MLD Entertainment, 필리핀 방송사 ABS-CBN, 그리고 공연 전문 기업 KAMP Global이 공동 제작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Dream Maker를 통해 결성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동아시아 대중문화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엔터테인먼트 포맷 중 하나인 Produce 101 시리즈의 형식을 상당 부분 차용했으며, 한국인 멘토진과 제작 기준, 그리고 한국 데뷔를 목표로 하는 경로를 갖추고 있었다.

멤버인 Vinci, Kim, Kyler, Reyster, Winston, Jeromy, Marcus 등 7명 전원은 필리핀 출신이다. 경연 종료 후 이들은 서울에서 K-pop 아이돌 시스템에 따라 훈련을 받았으며, 보컬 테크닉, 안무, 미디어 대응 능력, 팀워크와 규율 등을 체계적으로 익혔다. 이후 2023년 7월 서울에서 데뷔 앨범 Friend-SHIP을 발표했다. 한국 언론인 헤럴드코리아와 코리아타임즈는 이들을 "한국에서 공식 데뷔한 최초의 전원 필리핀인 보이그룹"으로 소개했다.

MLD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이형진은 HORI7ON을 "K-pop과 P-pop(Pinoy-Pop, 필리핀 팝)의 협업"이라고 설명했다. 즉, 제작 시스템은 한국식이지만 문화적 색채는 분명히 필리핀적이라는 의미다. 그는 필리핀 매체 The Philippine Star와의 인터뷰에서 "음악은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며 "K-pop과 P-pop의 협업 그룹인 HORI7ON은 분명 자신들만의 고유한 색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나타난 '이전(Transfer)'의 모습


HORI7ON 모델은 콘텐츠 라이선싱*이 아니라 제작 방법론의 차용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창조산업 사례다. 한국의 아이돌 시스템은 인재 발굴, 데뷔 전 훈련, 데뷔 관리, 팬 커뮤니티 운영 및 실물 앨범 중심의 팬 참여 구조를 포함하는 수직 통합형 생산 체계이다.

HORI7ON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이러한 생산 체계가 국경을 넘어 이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재 발굴은 필리핀에서 이루어졌고, 훈련은 서울에서 진행되었으며, 데뷔는 한국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이들의 팬덤인 'Anchors'는 필리핀과 한국 양국에 걸쳐 형성되어 있다.

이는 전형적인 한류 소비 모델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동남아시아 출신 아티스트가 한국의 제작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문화상품이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이동하는 기존의 흐름을 복잡하게 재구성한다.

*콘텐츠 라이선싱: 창작자가 저작권을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이나 기업에 특정 조건 하에 자신의 창작물(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데이터 등)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적 계약


「Sumayaw Sumunod」의 의미


2026년 마닐라에서 열린 ROUND 2026 페스티벌에서 HORI7ON이 「Sumayaw Sumunod」를 공연한 것은 문화적 재전유(cultural reclamation)의 흥미로운 사례를 보여준다.

이 곡은 원래 1978년 필리핀 그룹 Boyfriends의 히트곡으로, 한류 이전 시대의 필리핀 대중음악 유산에 속한다. HORI7ON은 2024년 8월 이 곡을 새롭게 발표했으며, 타갈로그어와 한국어 가사를 혼합한 버전과 순수 타갈로그어 버전을 함께 선보였다. 특히 필리핀이 ASEAN 의장국을 맡은 시기에 마닐라 아라네타 무대에서 이 곡을 공연한 것은 마치 하나의 순환이 완성되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이는 현지화(localization)의 전략적 역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K-pop 논리에서 현지화는 한국 그룹이 해외 시장의 문화적 요소를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HORI7ON에게 '현지 시장'은 바로 자신들의 모국이다. 따라서 OPM(Original Pilipino Music) 곡을 리메이크한 것은 해외 시장을 향한 접근이 아니라 귀환(homecoming)에 가깝다. K-pop의 제작 논리가 외부 시장 공략이 아닌 국가적 문화적 자긍심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활용된 것이다.


정책적 함의


창조경제의 관점에서 HORI7ON 사례는 현재의 정책 프레임워크가 이제 막 다루기 시작한 여러 질문을 제기한다.


1. 가치 포착(Value Capture)과 지식재산권(IP)

K-pop 훈련 시스템은 한국 기획사가 국제적 IP 권리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것을 기대하며 이루어지는 투자이다. 그렇다면 인재는 필리핀 출신이지만 훈련과 매니지먼트는 한국에서 제공되는 경우, 실제 경제적 가치는 어디에 귀속되는가?

아세안이 「ASEAN Community Vision 2045」를 향해 나아가는 가운데, 국경을 넘나드는 인재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는 여전히 핵심적인 경제 과제로 남아 있다(Naguna, 2026).


2. 지식 이전(Knowledge Transfer)

Dream Maker는 아이돌 제작 과정을 공개적으로 보여준 사례 연구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이 실제로 필리핀 국내 산업 발전에 기여할지는 필리핀 창의산업개발위원회(Philippine Creative Industries Development Council, PCIDC)의 적극적인 참여 여부에 달려 있다.

필리핀의 「Philippine Creative Industries Development Act (RA 11904)」는 2030년까지 필리핀을 세계적 수준의 창조산업 허브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The Manila Times, 2026).


3. ASEAN 의제

필리핀의 2026년 아세안 의장국 핵심 구상인 ASEAN Center of Excellence for Creative Industries(ACE-CI)는 오렌지 경제(Orange Economy)**와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의 연계를 목표로 한다.

필리핀 문화센터 복합단지에 설립될 것으로 예상되는 ACE-CI는 HORI7ON과 같은 사례를 연구하는 거점이 될 수 있다. 이는 국경 간 협력이 국가 차원이 아니라 개인의 경력과 상업적 하이브리드 형태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The Manila Times, 2026).


**오렌지 경제(Orange Economy): 인간의 창의성, 문화, 그리고 지식재산을 바탕으로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 산업(Creative Industries)를 의미


정확히는 K-Pop도, P-Pop도 아닌

HORI7ON의 멤버 Vinci는 초기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다른 아티스트들과 사람들이 본받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두 문화산업의 교차점에 존재하는 HORI7ON은 지역 창조경제가 오랫동안 던져온 질문에 하나의 답을 제시한다.

"K-pop의 기술과 시스템을 차용하면서도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HORI7ON의 사례는 그 답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동남아시아 아티스트가 동남아시아 관객을 위해 K-pop 시스템을 활용할 때, 그것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 결과물은 경제적·문화적 의미가 아직도 형성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문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참고 문헌

ASEAN-BAC. (2025). The Philippines' 2026 ASEAN Chairmanship. https://asean-bac.org/news

Billboard Philippines. (2024, August 13). HORI7ON release new single "Sumayaw Sumunod." https://billboardphilippines.com/music/news/hori7on-sumayaw-sumunod-release-2024/


Naguna, J. L. (2026, January 13). Why the $2 trillion global creative economy is ASEAN's new center of gravity. Philippine Information Agency. https://pia.gov.ph/features/2026/01/13/creative-economy-asean


The Manila Times. (2026, April 12). The Cultural Center of the Philippines as ASEAN's creative hub. https://www.manilatimes.net/2026/04/12/sunday-times/arts-awake/creative-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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