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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AN-KOREA

문화예술-산업동향

방탄소년단(BTS), 그래미의 '아시아 팝' 부문 개설: 동남아시아 음악에 어떤 의미인가

8월 27일
7분 분량

2026년 7월 말 BTS 멤버 일곱 명이 각자의 인스타그램(Instagram) 계정에 동일한 메시지를 올렸을 때, 언론의 관심은 한 가지에 집중됐다. 세계 최대 팝 그룹이 사실상 그래미에서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화제의 이면에는 더 큰 질문이 놓여 있다. 한국을 넘어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시아 음악계와도 직결된 문제다. 바로 세계 음악 산업이 음악을 지역과 언어에 따라 어떻게 분류하고, 명명하고, 가치를 평가하는가에 관한 문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이 일이 강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는지, 그리고 동남아시아 팝의 미래에 관심이 있다면 왜 이 사안을 주목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BTS가 내린 진짜 결정

BTS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그래미를 '보이콧'한 것이 아니다. 2027년 2월 열릴 예정인 제69회 그래미 어워드에 자신들의 음악을 심사 대상으로 출품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멤버들은 성명을 통해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나뉘기보다" 있는 그대로 들리고 사랑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바로 이 마지막 문구가 핵심을 보여준다. 이번 결정은 레코딩 아카데미(Recording Academy)가 2027년 시상식에 신설하는 5개 부문 가운데 하나인 최우수 아시아 팝 음악 퍼포먼스(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 부문을 발표한 지 약 한 달 만에 나왔다. 아카데미 규정에 따르면 이 부문은 K-팝, J-팝, C-팝을 "포함하되 이에 한정되지 않는" 팝 음악을 대상으로 하며, 결정적으로 아시아 언어를 유의미하게 사용해야 한다. 아시아 아티스트가 주로 영어로 부른 음원은 일반 부문에서는 출품 자격을 유지하지만, 이 부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여기서 짚어볼 만한 역설이 있다. BTS의 2026년 앨범 《아리랑(Arirang)》은 대부분 영어로 구성되어 있어, 애초에 신설 부문에 출품할 자격이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BTS는 자신들의 출품 자격을 지키기 위해 나선 것이 아니다. 원칙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인정인가, 위로상인가

신설 부문을 둘러싼 반응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지지자들은 이를 아시아 음악의 세계적 영향력에 대한 때늦은 인정이자, 오랫동안 그래미에서 돌파구를 찾기 어려웠던 아티스트들에게 안정적인 진입로를 제공하는 장치로 평가한다. 반면 온라인 K-팝 커뮤니티를 비롯한 비판론자들은 아시아 팝의 인기를 인정하면서도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올해의 앨범' 같은 간판 부문에서는 배제하는 방식이라고 본다.

비판은 시기상 더 거세질 수밖에 없었다. 불과 몇 달 전인 2026년 2월 시상식에서 아시아 팝은 역대 가장 큰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흥행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Golden'은 K-팝계 최초로 그래미를 수상했고, 블랙핑크(BLACKPINK)의 로제(ROSÉ)는 K-팝 솔로 가수 최초로 일반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글로벌 그룹 캣츠아이(KATSEYE)는 최우수 신인상 후보에 지명됐다. 많은 이들에게 이는 기존 부문에서도 이 음악을 그 자체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기에 지역을 기준으로 별도의 칸을 만드는 것은 포용이라기보다 이를 우회하는 방식처럼 보였다.


학계에서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었다. 예일대학교 IBM 석좌 사회학 교수이자 K-팝과 음악 사회학 분야의 저명한 연구자인 그레이스 카오(Grace Kao)는 신설 부문 발표 직후 DW 뉴스(DW News)에서 논란을 분석하며 비판의 수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카오 교수는 BTS의 결정을 실질적인 희생으로 보았다. 그래미는 BTS가 아직 수상하지 못한 몇 안 되는 영예 가운데 하나이므로, 출품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제 수상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신설 부문 자체에 대해서도, 한 곡을 평가하는 것인지 아티스트의 전반적인 활동을 평가하는 것인지 정의가 불분명하며, 한 대륙 전체의 음악을 하나의 '아시아'라는 범주로 묶는 것 역시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일관된 장르라기보다 온갖 음악을 한데 담는 포괄적 범주에 가깝다는 것이다. 더욱이 BTS의 최근 대표 싱글 대부분이 영어로 되어 있는 만큼, 이들이 지역·아시아 언어를 기준으로 한 분류에 어떻게 들어맞을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이 상은 포용이라기보다 BTS를 염두에 두고 마련된 위로상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카오 교수가 가장 날카롭게 지적한 부분은 별도의 범주가 보내는 신호였다. 주요 부문에 이들 아티스트를 통합하는 대신 별도의 '아시아' 부문을 마련함으로써, 레코딩 아카데미는 비서구 아티스트들에게 자신들이 여전히 이방인, 즉 "우리 중 하나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다시 심어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K-팝 아티스트들은 오랫동안 미국 라디오 방송에서 성공하기 위해 영어로 녹음하라는 압박을 받아왔는데, 이제는 오히려 지역을 기준으로 분류되는 상황에 놓였다. 카오 교수의 표현대로라면, "이길 수 없는" 처지인 셈이다.



더 깊은 문제: 서로 다른 음악을 하나의 '아시아'로 묶는다는 것

시상식을 둘러싼 논쟁에서 한 걸음 물러나 보면, 동남아시아 입장에서도 공감할 만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음악을 '아시아'라는 이름으로 묶는다는 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K-팝, J-팝, C-팝은 같은 대륙에 속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음악적으로 공통점이 많지 않은 세 개의 거대하고 서로 다른 산업이다. 그런데 이들을 하나로 묶고, 나아가 태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의 팝 음악까지 하나의 '아시아 팝'이라는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방대하고 다양한 음악 지역 전체를 하나의 색깔로 취급하는 셈이다. 신설 부문의 규정 역시 그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채 동아시아 장르를 부각하고, 아시아 대륙의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동남아시아에 이러한 모호함은 단순히 학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 지역은 지금 저마다의 뚜렷한 음악적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바로 지금 그 과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의 '현지로의 회귀(Return to local)'

지난 몇 년간 동남아시아 음악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흐름은 사실 그래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자국 아티스트들이 동남아시아 각국의 차트에서 K-팝, J-팝, 서구 아티스트를 밀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현재 동남아시아의 영화와 애니메이션 산업을 재편하고 있는 '현지 콘텐츠 황금기'가 음악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과 같다.

이를 증명하는 수치는 파격적이다. 분석 플랫폼 사운드차트(Soundcharts)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3대 주요 시장의 스포티파이(Spotify) 주간 톱 10에서 현지 아티스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부터 2026년 상반기 사이 크게 증가했다.

시장

주간 상위 10위 내 현지 아티스트 비중 (2021년)

주간 상위 10위 내 현지 아티스트 비중 (2026년 상반기)

인도네시아

39%

97%

필리핀

31%

81%

태국

71%

76%

이러한 '현지 회귀' 흐름은 수익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디지털 음악 수익은 필리핀에서 약 9,300만 달러 (약 1,302억 원)에서 1억 8,000만 달러 (약 2,520억 원)로, 태국에서 약 1억 3,200만 달러 (약 1,848억 원)에서 2억 400만 달러 (약 2,856억 원)로, 인도네시아에서 약 1억 6,400만 달러 (약 2,296억 원)에서 2억 6,400만 달러 (약 3,696억 원)로 대략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K-팝의 뚜렷한 후퇴가 있다. 독립 데이터 분석가 쓰레즈레 랩(Tsurezure Lab)이 2023년부터 2026년까지 동남아시아 5개 시장의 스포티파이 일간 톱 50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현지 음악이 급부상하는 가운데 K-팝의 비중은 줄어들었다. 태국에서는 K-팝 비중이 약 27%에서 11%로 떨어진 반면 태국어 팝은 65%에서 78%로 상승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K-팝이 약 5%에서 1%로 줄어든 반면 현지 음악은 60%에서 78%로 늘었다. 인도네시아의 작팟(Jakpat) 조사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현재 청취자의 약 74%가 자국 아티스트를 선호한다고 답한 반면, K-팝에 대한 관심은 약 40%로 식어 정점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자카르타의 스포티파이 도시 차트에서도 2022년 5월 8곡 이상을 차지했던 K-팝 트랙은 2026년 5월에는 거의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현지 아티스트들이 채웠다.

그리고 이러한 현지 음악의 물결은 하나의 획일적인 사운드가 아니라 놀라울 만큼 다채롭다. 인도네시아만 보더라도 베르나댜(Bernadya), 마할리니(Mahalini), 티아라 안디니(Tiara Andini) 같은 주류 스타부터 힌디아(Hindia), 나딘 아미자(Nadin Amizah) 같은 얼터너티브 아티스트, 은다르보이 겡크(Ndarboy Genk), 라임 라오데(Raim Laode)처럼 지역 방언과 억양을 주류 무대로 끌어올리는 비수도권 아티스트까지 다양한 음악이 공존한다. 이는 저마다의 색을 만들어가는 탈중심적 음악계로, 기존의 획일적 수출형 음악 산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마침내, 글로벌 차트 진출

국내에서 청중이 자국 음악으로 눈을 돌리는 동시에, 동남아시아 아티스트들은 K-팝이 10년에 걸쳐 뚫어낸 바로 그 미국 중심의 차트 시스템으로 진출하며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 선두에는 필리핀의 P-팝(P-Pop)이 있다. BINI는 필리핀 아티스트 최초로 스포티파이 글로벌 톱 아티스트 차트에 진입했으며, 미국·영국·캐나다·걸프 지역에서 매진 월드투어를 이어간 데 힘입어 2026년 4월에는 전원 필리핀인 그룹 최초로 코첼라(Coachella) 무대에 올랐다. SB19는 동남아시아 아티스트 최초로 빌보드 연말 소셜 50(Year-End Social 50) 톱 10에 진입했고,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후보로 오른 최초의 필리핀 및 동남아시아 아티스트가 되었으며, 2026년 7월에는 시카고 롤라팔루자(Lollapalooza) 무대에 오르는 최초의 필리핀 아티스트가 될 예정이다. 싱글 'DAM'과 'Burn The Flame'은 모두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World Digital Song Sales)에 진입했다. 필리핀 밴드 컵 오브 조(Cup of Joe)는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Billboard Global 200) 본 차트에서도 최고 80위까지 올랐다. 업계 차원에서도 제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는 2025년 처음으로 6개 지역 시장을 아우르는 공식 동남아시아 차트(Official Southeast Asia Charts)를 출범했으며, 유니버설 뮤직(Universal Music) 같은 글로벌 메이저 음반사들도 필리핀 아티스트와 직접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정상은 여전히 K-팝의 차지다. 2026년 빌보드 글로벌 200에서 BTS는 8주 동안 1위를 지켰고, 흥행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가상 그룹 헌트릭스(Huntr/x)도 기록적인 흥행을 이어갔다. 현재 동남아시아는 시스템 속 중위권과 소셜 차트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반면, 정상은 K-팝이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업계가 '아시아' 음악을 어떤 기준으로 분류하는지는 동남아시아에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상에 오르기 위해 스스로 어떤 경로를 개척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동남아시아의 정체성에 던지는 화두

두 이야기를 나란히 놓으면 무엇이 걸려 있는지가 선명해진다.

한편으로 그래미는 아시아 팝 전체를 하나의 지역 중심 범주에 담아내는 단일 부문을 만들었다. 반면 동남아시아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팝 중심의 모델에서 벗어나 필리핀의 OPM과 P-팝, 태국 팝,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음악계처럼 각자의 언어와 사운드, 감성을 지닌 독자적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


범아시아라는 꼬리표는 동남아시아 아티스트들이 그토록 힘들게 일궈온 바로 그 다양성을 지워버릴 위험이 있다. 필리핀 그룹과 한국 그룹, 일본 그룹이 모두 같은 '아시아 팝' 부문에서 경쟁하게 된다면, 각 음악계를 의미 있게 만드는 차이, 즉 언어와 현지의 문화적 참조, 고유한 음악적 뿌리가 어느새 하나의 마케팅 범주 안에 압축되고 만다. BTS가 "지역이나 언어로 나뉘는 것"에 반대한 것은 동남아시아의 관점에서 보면 정반대 방향에서 바라본 같은 우려다. 자기 자신으로서 음악을 들려주기보다 특정 지역의 음악으로 규정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그렇다고 신설 부문이 실패할 것이라거나 아시아 음악에 대한 인정이 달갑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인정하느냐이다. 동남아시아의 음악 경제가 실질적인 차트와 수익, 세계적인 팬덤을 갖추며 성장할수록, 세계 최대 음악 시상식이 무엇을 '현지'로, 무엇을 '글로벌'로 규정하고 누가 주요 무대에 설 자격을 갖는지를 결정하는 방식은 이 지역에 점점 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지금 이 지역에서 가장 흥미로운 음악 이야기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누가 트로피를 거머쥐느냐가 아니다. 갈수록 동남아시아의 청취자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FAQ)

BTS가 2027년 그래미 출품을 거부한 이유는?

2026년 7월 말, BTS는 레코딩 아카데미가 신설한 '최우수 아시아 팝 음악 퍼포먼스' 부문에 반발한 것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제69회 그래미 어워드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나뉘기보다 있는 그대로" 평가받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래미의 신설 '최우수 아시아 팝 음악 퍼포먼스' 부문은 무엇인가?

2026년 6월 발표되어 2027년 시상식에서 처음 시상하는 부문으로, K-팝, J-팝, C-팝을 비롯한 아시아 팝 퍼포먼스를 대상으로 하며 아시아 언어의 유의미한 사용을 요구한다. 아시아 아티스트가 주로 영어로 부른 곡은 기존 일반 부문에 계속 출품할 수 있다.

신설 부문은 아시아 아티스트에게 호재인가, 악재인가?

의견은 엇갈린다. 아시아 음악에 대한 뒤늦은 인정이자 그래미 진입의 기회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아티스트를 틈새 부문에 가두고 주요 일반 부문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동남아시아 음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필리핀의 P-팝을 비롯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음악계는 호황을 누리며 K-팝과 점점 뚜렷하게 구별되고 있다. 현지 아티스트들이 자국 차트를 장악하는 가운데, 하나의 '아시아 팝'이라는 라벨은 이러한 다양성을 뭉뚱그릴 위험이 있다.

P-팝이란?

P-팝(Pinoy pop)은 현대 필리핀 대중음악을 뜻한다. SB19와 BINI 같은 아티스트들이 월드투어, 스트리밍 성장, 코첼라를 비롯한 페스티벌 무대 등을 통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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