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로 진화하는 도시 (1부): 아세안(ASEAN)의 역내 프레임워크와 관광 동력
핵심 요약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도시재생 정책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단순히 물리적 인프라에 집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도시 유산과 지역의 서사, 공간 디자인을 상업화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 IP로 전환하는 모델을 점차 도입하고 있다.
1부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이 된 2025~2026년 ASEAN 전역의 정책 구조와 거시적 관광 동향을 살펴볼 것이다. 또한, 글 전반에서 가시성이 곧 경제적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중요한 유의사항을 반복해서 강조할 것이다. 정책 프레임워크, 명칭, 유행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그 관심이 지속적인 지역 가치로 이어지는지는 인프라, 성과 측정, 거버넌스에 달려 있다.


2부작 중 1부:
동남아시아 도시들이 물리적 재개발을 넘어 도시 공간 자체를 문화콘텐츠 IP로 바라보고 활용하는 방식을 두 편에 걸쳐 심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부 (본편): 역내 정책 프레임워크, 거시적 관광 데이터, 관광 정책과의 전략적 연계.
2부 (후편): 유네스코(UNESCO) 지정이 미치는 영향, 도시 IP로 이어지는 네 가지 실천 경로(상품, 축제, 적응적 재사용, 스크린 투어리즘), 글로벌 벤치마크, 성과 측정 인프라.
1. 역내 정책 프레임워크의 재편
1.1 ASEAN 창의경제 지속가능성 프레임워크 (2025년 5월, 제46차 정상회의 채택)
2025년 5월 제46차 ASEAN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이 프레임워크는 현재 회원국 전반의 창의경제 정책의 제도적 기준으로 기능한다. 프레임워크는 두 가지 결정적 방향을 제시한다.
IP 생태계 강화: 영세·소상공·중소 창의기업(MSMEs)을 지원하고, 국경 간 IP 보호를 촉진하며, 역내 문화 창작물의 상업화 경로를 확대한다.
순환·재생 경제: 유·무형 유산의 보존·복원 작업을 도시재생 및 기후 회복력과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핵심 시사점: 유산 복원과 IP 자산화는 현재 하나의 순환적 논리 안에서 작동한다. 역사적 건축물, 지역 전통, 도시의 서사는 보존의 대상인 동시에 상업화할 수 있는 IP 자산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이중적 성격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동력이 되지만, 동시에 문화적 온전성을 지키는 것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 사이의 긴장이 발생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1.2 ASEAN 사회문화공동체(ASCC) 정책 브리프 제32호 및 동향 보고서 (2026년 4월)
ASCC 정책 브리프 제32호와 함께 발간된 동향 보고서(2026년 4월)는 이러한 이중적 구도를 정책의 핵심 과제로 재확인한다. 경제 개발이 문화적 온전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역내 주체들이 문화 보존과 상업화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룰 것인가가 핵심 질문으로 제시된다.
이번 보고서에서 역내 벤치마크로 활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별 모델은 다음과 같다.
태국 — 창조 지구 네트워크(Creative District Network) 및 1탐본 1제품(OTOP) 프로그램
인도네시아 — 반둥 창의도시 포럼(Bandung Creative City Forum)
싱가포르 — 디자인 2025 마스터플랜(Design 2025 Masterplan)
2. 관광 정책과의 접점: ASEAN 2025년 관광 전망
2025년 10월 동아시아·아세안경제연구센터(ERIA)와 유엔관광기구(UN Tourism)가 공동 발간한 보고서(말레이시아 의장국 핵심 우선 경제 성과사업)는 문화·유산 관광을 전략적 경제 축으로 설정했다.
유산관광 거점: 조지타운·믈라카(말레이시아), 루앙프라방(라오스), 바간(미얀마) 등 유네스코 세계 유산 유적 및 도시.
문화관광 거점: 앙코르와트(캄보디아), 보로부두르(인도네시아), 호이안(베트남).
주요 거시 지표 (2024~2030년)
지표 | 수치 |
GDP 기여도 (2024) | ASEAN GDP의 9.7%인 약 3,790억 달러 (약 530조 6,000억 원), 일자리 4,200만 개 |
회복률 (2025 H1) | 팬데믹 이전 입국자의 92% |
2030 성장 전망 | 국제 방문객 2억 100만 명 (2025년 대비 +51%) |
역내 시장 | 전체 입국자의 약 38% (4,770만 명) → 문화도시 IP의 1차 시장은 ASEAN 내부 |
블레저(Bleisure) 여행 규모 | 2025년 3,153억 달러 (약 441조 4,200억 원) |
수치 해석 주의: 이는 총량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로, 관광 흐름의 전체 규모를 보여줄 뿐 그 편익이 얼마나 고르게 분배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는 아니다. 즉, 전체 규모는 보여주지만 그 편익이 어떻게 분배되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이후 장에서 살펴보듯 관광 가치는 공간적으로(축제의 중심지, 촬영지, 대표 건축물 인근) 그리고 부문별로(숙박, 음식, 소매)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총 GDP 기여도만으로 특정 도시나 지역사회가 그에 비례하는 몫의 가치를 확보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도시재생과의 전략적 정렬
계절성 완화: 문화·역사 자산을 활용한 연중 프로그램(축제, 미식, 스포츠)을 운영함으로써 비수기 방문객을 유치하고 목적지 재생을 가속화한다.
다목적 인프라: 철도, 도로, 공항 등 고부가가치 교통 인프라는 관광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보다 광범위한 도시 개발 목표를 뒷받침한다.
여행객층 변화의 활용: 팬데믹 이후 ‘의식 있는 여행자’, ‘문화 애호가’, ‘디지털 노마드’의 증가로 서사의 진정성이 관광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요 거점으로는 발리, 치앙마이, 페낭, 호치민시 등이 있다.
지역사회 기반 관광(CBT)의 병목 현상
'ASEAN 관광 전망 2025' 제4장에서는 2022년 ASEAN CBT 표준에 따른 지역사회 기반 관광(CBT)을 다루며, 태국 지속가능관광지정지역관리청(DASTA) 모델을 주요 사례로 조명한다.
그러나 CBT 자산은 주요 디지털 플랫폼에서 검색 및 발견 가능성이 크게 제한되어 있다. 역내 진입 경로와 표준화된 디지털 태그 체계의 부재가 지역사회 IP를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로 전환하는 데 중대한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콘텐츠 차원이 아니라 유통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2부 미리보기
다음 편에서는 거시적인 정책 프레임워크에서 실제 실행 사례로 범위를 넓혀 살펴본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지정이 역내 성장에 미치는 영향과, 지정 자체가 성장을 보장하는 장치가 아니라 촉매인 이유.
도시 IP의 네 가지 실천 모델: 상품 기반(달랏), 축제 기반(조지타운·우붓), 적응적 재사용(방콕), 스크린 투어리즘·로케이션 IP(캄보디아, 태국, 베트남·싱가포르).
글로벌 벤치마크: 빌바오, 나오시마, 루르 지역, 일본의 애니메이션 성지순례 도시 사례를 통해 성공의 조건을 살펴본다. 대표 수치만으로 드러나지 않는 조건도 함께 분석한다.
주요 정책 리스크: 젠트리피케이션과 불분명한 인과관계, 인도네시아의 측정 인프라(IKK 지수 및 PMK3I 플랫폼).
참고자료 및 주요 정책 채널
역내 정책 프레임워크(ASEAN 홈페이지) asean.org
ASEAN 창의경제 지속가능성 프레임워크(ASEAN Creative Economy Sustainability Framework, 2025년 5월)
ASCC 정책 브리프 제32호 및 동향 보고서(ASCC Policy Brief No. 32 & Trend Report, 2026년 4월)
ASEAN 관광 전망 2025(ASEAN Tourism Outlook 2025, 2025년 10월)
ASEAN 통계 데이터 포털(ASEAN Stats Data Portal)
이 글은 2부작 시리즈의 1부로, 2부에서는 실행 모델과 글로벌 벤치마크, 측정 인프라를 다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