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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AN-KOREA

문화예술-산업동향

공동의 문화유산과 사회문화적 연대를 바탕으로 한 아세안 정체성 형성


필리핀대학교(University of the Philippines)의 Gerard P. Concepcion 박사(Ph.D.), 서울에서 열린 ‘한-아세안 문화유산 협력 국제회의(International Conference on ASEAN-ROK Cultural Heritage Cooperation)’에서 발표된 예비 논문.


이 연구는 Gerard P. Concepcion 박사가 작성한 것으로,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회원국 간의 차이점보다는 공유된 문화유산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더 강력한 지역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탐구한다. 저자는 지리적 근접성과 역사적 연결이 지역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ASEAN이 공동체로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Concepcion은 동남아시아 전역에 이미 존재하는 6가지 핵심 문화유산의 차원을 중심으로 ASEAN 정체성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 첫 번째 차원은 깊은 영성(Spirituality)이다. 불교, 이슬람,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가 존재하지만,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모두 영적인 삶과 내면 성찰에 대한 깊은 연결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 두 번째는 민족주의(Nationalism)로, 대부분의 ASEAN 국가들이 식민 지배에 맞서 싸운 반식민 투쟁의 공통된 경험을 통해 독립과 국가 건설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 세 번째 차원은 인도주의와 봉사(Humanitarianism and Service)로, 빈곤과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집단적 노력에 대한 지역적 헌신을 반영한다.

  • 네 번째는 문화 표현과 사회 규범(Cultural Expressions and Social Norms)이다.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가족 중심의 가치관, 어른에 대한 존경, 제도보다는 개인 간의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가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 다섯 번째는 범아시아주의(Pan-Asianism) 및 지역주의(Regionalism)로, ASEAN 국가들이 개발도상국으로서 유사한 발전 과제와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 마지막 여섯 번째는 현대화와 경제 발전을 향한 공동 지향(Modernization and Economic Development)으로,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발전을 도모하는 공통된 방향성을 설명한다.


이 논문은 또한 사회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사회문화적 연대(socio-cultural solidarity) 구축의 틀을 제시한다. 저자는 에밀 뒤르켐(Émile Durkheim)의 이론을 토대로, 연대는 사람들 간의 유사성뿐만 아니라 상호 의존성을 통해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ASEAN 공동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유형의 연대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천적 차원에서 Concepcion은 다음의 5단계 접근을 제안한다:

  1. 문화적 다양성의 존재를 인정하고,

  2.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3. 이 차이를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4. 각 문화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평가하며,

  5. 모든 문화 집단이 지역의 의사결정 과정에 포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의 가장 혁신적인 개념 중 하나는 바로 ‘메타문화(Metaculture)’이다. 이는 ASEAN 국가 간의 표면적인 차이 아래에, 동남아시아 민족들을 이미 연결하고 있는 보편적인 문화적 개념과 가치들이 존재한다는 아이디어다. 인위적인 지역 문화를 새로 창조하려는 시도보다는, 수세기 동안 무역과 문화 교류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기존의 공통 요소들을 확인하고 기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Concepcion은 제안한다.


논문은 또 지역 내 두 가지 유형의 문화유산을 구분한다. 하나는 각국 고유의 유산으로, 개별 국가의 자산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역사적 상호작용을 통해 국경을 넘어 자연스럽게 퍼진 공유 유산으로, 음악, 춤, 음식, 사회 관습 등에서 나타나는 유사성을 포함한다. 이러한 공유 유산은 국가 주권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지역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Concepcion은 ASEAN 정체성 형성이 정부의 선언이나 위로부터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ASEAN을 자신의 삶과 관련된 실제적인 공동체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아래로부터의 참여가 병행되어야 한다. 즉, 사람 간 교류, 문화 축제,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공유 유산이 실제 시민의 삶 속에서 보이게 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문화유산의 보존, 보호, 진흥을 각국만의 책임이 아닌 공동의 책무로 간주할 때, 문화 중심의 성공적인 지역 통합이 가능하다. 이러한 접근은 각국의 고유한 정체성을 존중하면서도 ASEAN 전체의 결속을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길을 제공하며, 이는 ASEAN 및 APEC 차원의 문화 협력 정책을 개발하고자 하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문화적 이해를 통한 지역 연대 증진을 위한 정교한 기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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