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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AN-KOREA

문화예술-산업동향

인구배당이 끝날 때: ASEAN의 인구구조 전환과 창의경제라는 선택

  • 6월 18일
  • 8분 분량

최종 수정일: 6월 19일

동남아시아의 인구 성장 동력이 둔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세안은 위기가 닥치기 훨씬 이전부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의제를 국제사회에 제시해 왔다. 본 글은 아세안 창의경제의 현재 위치와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 그리고 지난해 경주에서 도출된 APEC 합의가 창의경제의 지평을 어떻게 확장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ASEAN, 스스로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다


수십 년 동안 동남아시아의 성장 서사는 인구에 대한 얘기로 시작되었다. 젊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인구, 그리고 이른바 '인구배당(demographic dividend)'은 아세안이 21세기 중반 세계 4위 규모의 경제권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의 근거였다. 그러나 이제 그 이야기는 아세안 지역 각국의 출생 통계에 의해 새롭게 쓰이고 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태국이다. 2024년 태국의 연간 출생아 수는 1949년 이후 처음으로 50만 명 아래로 감소했으며, 같은 해 전체 인구도 약 10만 명 줄어들었다. 마히돌대학교 연구진은 태국의 합계 출산율을 약 1.0명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보다 낮고 한국 및 싱가포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일부 전망에서는 현재 약 6,600만 명인 태국 인구가 향후 50년 내 약 4,000만 명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

오랫동안 아세안 지역에서 높은 출산율을 유지해 온 필리핀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25년 국가 인구·보건조사(National Demographic and Health Survey)에 따르면 합계 출산율은 1.7명으로, 1993년의 4.1명에서 크게 하락하였다. 도시 지역에서는 이미 1.5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림 1. 서로 다른 경로, 같은 목적지. 태국은 1990년경 인구 대체수준 이하로 진입했으며, 필리핀은 약 30년 뒤 같은 흐름을 보였다. 다만 필리핀은 태국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출산율 감소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그림 1. 서로 다른 경로, 같은 목적지. 태국은 1990년경 인구 대체수준 이하로 진입했으며, 필리핀은 약 30년 뒤 같은 흐름을 보였다. 다만 필리핀은 태국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출산율 감소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태국과 필리핀만의 현상이 아니다. 말레이시아는 약 1.6명, 베트남은 약 1.9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주요 아세안 국가 가운데 인구 대체수준(2.1명)을 유지하는 국가는 인도네시아가 사실상 유일하다. 아세안 자체 전망에 따르면 2030년에는 역내 인구의 약 15%가 60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2035년에는 그 규모가 약 1억 2,7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아세안은 이러한 변화를 다른 지역과는 다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2026년 6월 필리핀의 ASEAN 사회·문화공동체(ASCC) 의장국 수임 아래 개최된 ASEAN 고위급 실버경제 포럼(ASEAN High-Level Forum on the Silver Economy)에서는 고령화를 단순히 대응해야 할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설계해야 할 과제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ASEAN+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가 제시한, 감소하는 인구배당을 인적 역량과 생산성 향상을 기반으로 한 '장수배당(longevity dividend)'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과도 맥을 같이한다.



그림 2. 주요 ASEAN 국가 중 인구 대체수준을 유지하는 국가는 인도네시아뿐이다. 태국은 이미 일본보다 낮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한국의 출산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그림 2. 주요 ASEAN 국가 중 인구 대체수준을 유지하는 국가는 인도네시아뿐이다. 태국은 이미 일본보다 낮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한국의 출산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ASEAN이 먼저 제시한 의제


다음 논의를 이어가기 전에 오해 하나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창의경제는 인구감소라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아세안이 외부에서 수용한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아세안이 이 의제를 국제사회에 먼저 제안했다.

인도네시아는 2019년 유엔총회에서 2021년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 창의경제의 해'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주도적으로 발의하였으며, 필리핀과 태국도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였다. 이에 앞서 인도네시아는 2018년 발리에서 세계 최초의 세계 창의경제회의(World Conference on Creative Economy)를 개최한 바 있다.

아세안 지역 내에서도 제도적 기반이 준비되어 왔다. 아세안 문화장관들은 2022년 씨엠립 선언을 채택하여 'ASEAN 창의경제'에 대한 공동의 정책 개념을 제시며, ASEAN 포괄적 회복 프레임워크(ASEAN Comprehensive Recovery Framework)에서는 문화·창의경제를 핵심 회복 분야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였다. 이러한 방향성은 장기 발전 전략인 ASEAN Vision 2045에서도 지속적으로 계승되고 있다.


인구구조가 바꾸고 있는 것은 이 의제가 지닌 중요도이다. 한 때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심으로 꾸려진 아젠다는 이제 구조적인 필수 요건에 가까워지고 있다. 노동력의 양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면 성장은 각 개인이 창출하는 가치에서 비롯되어야 하며, 창의산업은 특히나 가치가 인력 규모가 아니라 상상력, 지식재산, 그리고 문화적 고유성에서 창출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제도적 전환


아세안 각국 정부가 창의경제를 실질적인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는 제도적 기반의 구축이다.

최근 3년간 아세안에서는 서로 다른 세 가지 정책 모델이 등장하였다. 먼저 필리핀은 법률을 통해 제도화를 추진하였다. 2022년 제정된 창의산업발전법(Creative Industries Development Act)은 장관급 협의체를 신설하고, 창의산업을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통계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에 따라 공식 위성계정에서는 2025년 필리핀 창의경제 규모가 약 2조 1,200억 페소(GDP의 약 7.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정부는 2030년까지 아세안 창의경제를 선도하는 국가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보다 강력한 방식으로 접근하였다. 2024년 말 창의경제를 독립 부처(Ministry)로 승격시키며 국가 차원의 핵심 정책 분야로 자리매김시켰다.


한편 태국은 강력한 집행기구 중심의 모델을 선택하였다. THACCA(Thailand Creative Culture Agency)를 중심으로 영화, 음식 등 11개 창의산업 분야를 하나의 조직 아래 통합하고, 총리가 직접 의장을 맡는 추진체계를 구축하였다.

물론 이러한 제도들이 아직 성공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필리핀의 창의산업 성장률은 2025년 6.9%로 다소 둔화되었고, 전문인력 부족이 주요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태국 역시 대규모 예산 투입에 대해 의회의 검증과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중요한 점은 각국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책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로 다른 거버넌스 모델을 병행하며 축적되는 경험은 향후 다른 ASEAN 회원국들이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자산이 될 수 있다.



콘텐츠가 이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정책보다 더 설득력 있는 변화의 증거는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무엇을 소비하고, 그 콘텐츠가 어디까지 확산되고 있는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아세안 콘텐츠 산업에서는 세 가지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 1. 로컬 콘텐츠가 자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영화는 2024년 자국 박스오피스의 약 65%를 차지하며 10년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를 만들어냈다.

    특히 2025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Jumbo』는 1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인도네시아 역대 최고 흥행 영화이자 동남아시아 최고 흥행 애니메이션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ASEAN 애니메이션이 해외 제작 역량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국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베트남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쩐탄(Tran Thanh) 감독의 영화 『Mai』(2024)는 할리우드 작품들을 제치고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경신하며 자국 콘텐츠의 경쟁력을 입증하였다. 


    쩐탄(Tran Thanh) 감독의 『Mai』(2024)는 도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현실적인 이야기와 높은 공감대를 형성한 감성적 서사, 설 연휴 개봉 전략을 바탕으로 전 세계 2,200만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거두며 베트남 역대 최고 흥행 영화로 기록되었다.
  • 2. ASEAN 내부의 문화시장 형성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태국 영화 『할머니가 죽기 전에 백만장자가 되는 법(How to Make Millions Before Grandma Dies)』(2024)이다.

    손자가 임종을 앞둔 할머니를 돌보는 이야기를 담은 이 가족 드라마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에서 태국 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으며, 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예비후보에도 선정되었다. 이 영화가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한 흥행 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고령화, 가족 규모의 축소, 돌봄 문제 등 아세안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변화가 하나의 콘텐츠로 제작되어 역내에서 먼저 공감과 소비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태국의 BL(Boys' Love) 드라마는 비교적 적은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마닐라에서 상파울루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며 새로운 문화산업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 3. 창의서비스 산업이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필리핀의 창의경제 위성계정은 자국 산업이 단순한 애니메이션 하청이나 후처리 작업 중심에서 벗어나 자체 IP를 보유한 콘텐츠 개발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자카르타와 호찌민시의 게임 개발사들 역시 해외 기업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 자체 게임을 기획·개발·출시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하나의 공통된 방향을 가리킨다. 아세안 창의산업은 타인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산업에서, 스스로의 이야기와 IP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는 노동력 감소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성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관광은 목적지가 아니라 연결 경로이다


다만 아세안 창의경제를 바라볼 때 직시해야 할 구조적 현실이 있다. 현재 대부분의 아세 국가에서 창의경제 정책은 결국 관광산업과 연결되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이는 정책의 실패라기보다 경제 구조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내수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수요를 해외에서 유입해야 하며, 관광은 이미 대부분의 아세 국가가 일정한 경쟁력을 갖춘 대표적인 서비스 수출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자칫 '창의경제'가 단순히 관광이나 이벤트를 홍보하기 위한 새로운 명칭에 그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한편 인구구조 변화는 이러한 접근의 고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관광객 수 자체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관광객 증가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노동 인구는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의 성장 전략은 방문객 수의 확대가 아니라, 방문객 1인당 창출하는 가치(Value per Visitor)를 높이는 것에 있으며, 이 과정에서 창의 콘텐츠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아세안 각국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크린 관광(Screen Tourism)은 해외 영상 제작을 지역의 지속 가능한 관광 IP로 전환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태국은 촬영 인센티브를 통해 HBO 드라마 『The White Lotus』의 촬영지를 코사무이(Koh Samui)로 유치하였으며, 이는 관광객 증가로 이어지는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였다. 중요한 점은 정부가 관광객을 직접 구매한 것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을 지원함으로써 관광 수요를 자연스럽게 유도했다는 점이다.

또한 축제 정책도 단순한 행사 개최에서 수출 가능한 문화 IP 구축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태국은 대표적인 전통 축제인 송끄란(Songkran)을 세계적인 브랜드 축제로 육성하며 글로벌 문화 IP로 발전시키고 있다.

싱가포르는 방문객 1인당 소비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한 사례이다. 2024년 팝스타 Taylor Swift의 동남아시아 유일 공연을 유치함으로써 수억 달러 규모의 해외 소비를 유발하였으며, 문화 콘텐츠의 독점성을 하나의 국가 인프라처럼 활용하는 '콘서트 경제(Concert Economy)' 전략을 보여주었다.

아울러 AI와 XR(확장현실)을 활용한 몰입형 문화유산(Immersive Heritage)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사원, 기록물, 역사문화 공간 등을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함으로써 추가적인 인력 투입 없이도 방문객의 체류 경험과 소비를 확대할 수 있으며, 이는 노동인구 감소 시대에 특히 효과적인 전략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창의경제가 단순한 관광정책을 넘어 진정한 성장전략인지 여부는 관광을 통해 창출된 수익이 어디로 다시 투자되는가에 달려 있다. 관광 수익이 콘텐츠 제작사, 창작 인재 양성, 지식재산(IP) 및 권리 기반 구축 등 창의산업의 상위 단계에 재투자된다면 창의경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반면 관광 소비에서만 끝난다면 창의경제는 단순한 관광 진흥 정책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는 한국이다. 한국은 콘텐츠 IP의 해외 확산이 먼저 이루어졌고, 관광은 그 결과로 성장하였다. 반면 아세 국가들은 관광산업을 기반으로 IP를 육성하는 반대의 경로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의 경험은 이러한 전략 역시 가능함을 보여준다. 다만 관광을 통해 창출된 성과가 지속적으로 IP와 창의산업 생태계에 재투자 될 때에만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태국 물 축제 '송끄란(Songkran)': 불교 의례와 가족 전통, 대규모 물놀이 문화, 그리고 성희롱·음주운전 등 축제가 안고 있는 이면 (Tim Pile, South China Morning Post)
태국 물 축제 '송끄란(Songkran)': 불교 의례와 가족 전통, 대규모 물놀이 문화, 그리고 성희롱·음주운전 등 축제가 안고 있는 이면 (Tim Pile, South China Morning Post)

다자협력의 새로운 전기


2025년 경주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는 아세안의 창의경제 의제에 두 가지 중요한 다자협력의 전환점을 마련하였다. 첫째, 「경주 선언(Gyeongju Declaration)」은 APEC 정상 선언문 가운데 최초로 문화·창의산업(Cultural and Creative Industries, CCI)을 역내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공식 인정하였다는 점이다. 둘째, 정상들은 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다룬 APEC 최초의 종합적 합의문인 「인구구조 변화에 관한 APEC 협력 프레임워크(APEC Collaborative Framework for Demographic Changes)」를 채택하였고, 이는 인구구조 변화를 개별 국가의 복지 문제가 아니라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경제적 과제로 재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변화는 아세안에도 세 가지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첫 번째는 정책적 정당성 확보이다. 이제 아세안 각국의 재무·통상 부처는 문화·창의산업에 대한 예산과 투자를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APEC 정상 차원의 합의를 정책적 근거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는 협력 네트워크의 확장이다.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7개국이 APEC 회원국이기도 하며, 2026년 필리핀이 아세안 의장국을 맡게 됨에 따라 문화·창의산업과 인구구조 변화라는 두 의제를 아세안과 APEC 간 협력의 공통 의제로 연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세 번째는 기술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 확대이다. APEC의 AI 이니셔티브는 지역의 문화, 언어, 전통지식을 AI 역량 강화 과정에 통합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한국이 경주 정상회의에서 설립을 제안한 아시아·태평양 AI센터(Asia-Pacific AI Center)와 2027년까지 UN 산하 기구들과 함께 구축 중인 글로벌 AI 허브(Global AI Hub)는 아세안 국가들이 자체적으로 대규모 AI 산업을 육성하지 않더라도 창의경제에 필요한 기술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러한 협력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AI 거버넌스 자체보다 문화 콘텐츠의 생산과 창의산업 발전을 중심으로 협력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HBO 드라마 『The White Lotus』 시즌 3는 태국 코사무이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며 촬영지를 찾는 '세트 제팅(Set-jetting)' 관광을 확산시켰다. 이에 따라 럭셔리 관광 수요가 크게 증가했으며, 관광 관심도는 약 300%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HBO 드라마 『The White Lotus』 시즌 3는 태국 코사무이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며 촬영지를 찾는 '세트 제팅(Set-jetting)' 관광을 확산시켰다. 이에 따라 럭셔리 관광 수요가 크게 증가했으며, 관광 관심도는 약 300%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의 과제


물론 이러한 변화가 창의경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창의경제만으로는 농업, 제조업, 돌봄 산업 등에서 감소하는 노동력을 모두 대체할 수는 없다. 또한 창의경제를 측정하는 통계체계 역시 아직 국가별 편차가 크며, 필리핀의 위성계정은 오히려 예외적인 사례에 가깝다. AI 역시 양면성을 지닌다. 소규모 창작팀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반면, 동남아시아 청년층이 진입해 왔던 초기 단계의 창작 일자리를 축소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아세안이 창의경제를 국가 성장전략으로 전환하는 흐름은 실제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외부에서 주어진 전략이 아니라 아세안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 온 방향이라는 점이다. 아세안은 인구구조 변화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창의경제를 국제사회 의제로 제시해 왔으며, 이제 각국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그 변화를 보여주는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으며, 국제사회 역시 최근에서야 이러한 흐름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기 시작했다. 향후 10년의 과제는 이러한 흐름을 지속 가능한 창의경제 인프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산업을 뒷받침할 통계체계, 인재 양성 시스템, 지식재산 제도, 그리고 국경을 넘어 문화가 유통되고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보다 견고하게 구축해 나가야 한다.



참고 문헌
  • 2025 APEC Leaders' Gyeongju Declaration; APEC AI Initiative; APEC Collaborative Framework for Demographic Changes (Nov. 2025)

  • UN General Assembly Resolution on the International Year of Creative Economy for Sustainable Development (A/RES/74/198, 2019); Siem Reap Declaration on Promoting a Creative and Adaptive ASEAN Community to Support the Cultural and Creative Economy (adopted by AMCA, 7 July 2022); ASEAN Comprehensive Recovery Framework; ASEAN Vision 2045

  • Mahidol University IPSR Thailand population briefing (2025); Philippine NDHS 2025; PSA Creative Economy Satellite Accounts (2026)

  • Republic Act No. 11904 (Philippines, 2022); Indonesia Ministry of Creative Economy establishment (2024); Thai soft-power budget reporting, Bangkok Post / Thai Enquirer (2025)

  • ASEAN High-Level Forum on Unlocking the Silver Economy (June 2026); AMRO commentary on the longevity dividend (2026)

  • Box-office records: Jumbo — Cinepoint via The Jakarta Post (June 2025), Deadline (Apr.–May 2025); Mai — Vietnamese box-office records (2024); How to Make Millions Before Grandma Dies — GDH 559 / National Federation of Thai Film Associations, Variety and The Hollywood Reporter (2024–25)

  • JAFF Market–Cinepoint report on Indonesia's theatrical market (2025); Thai tourism data on The White Lotus effect — Tourism Council of Thailand via Bangkok Post (Mar. 2025); Maybank and NUS estimates of the Eras Tour's Singapore impact (Ma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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